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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9 [한국일보] "공정 외치는 방송사에서 이뤄지는 불공정을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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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7-19 12:22 조회2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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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외치는 방송사에서 이뤄지는 불공정을 고발합니다"

입력
2021.07.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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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출간한 이은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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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의 저자인 전직 방송작가 이은혜씨는 극악의 급여와 환경을 제공하는 방송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던 경험을 통해 방송가의 불공정과 비정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인 제공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보면 저 드라마 스태프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았을까, 밤 새우고 수당은 받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작가들을 '갈아 넣기'로 유명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저 프로그램 신입 작가는 누구를 고발하고 싶을까 궁금해진다. 공정을 외치는 방송사 안에서 이뤄지는 불공정은 대체 어디에 고발해야 하나."

전직 방송작가 이은혜(37)씨는 성역이 없다는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어떤 부조리에 대해 썼다. 6년간 방송작가로 일하며 온갖 것을 쓰고도 유일하게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을 이달 초 동명의 책으로 펴내면서다. 이 책은 21세기에 벌어지리라곤 믿기 힘든 극악의 급여와 환경 속에서 일하는 방송사 프리랜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도서관 사서와 대학 교직원, 기자 등을 거쳐 2014년 나이 서른에 라디오 방송작가의 꿈을 이룬 그의 눈에 비친 방송가는 별세계였다. 이씨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매일 방송사로 출퇴근해 정해진 시간 일하고, 야근하고, 출장도 다녔는데 사측은 방송작가는 노동자가 아니라고만 했다"며 "노동할 의무만 있고, 권리는 온전히 갖지 못하는 '무늬만 프리랜서'라는 괴리감을 느낄 때 매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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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표지. 꿈꾸는 인생 제공

방송작가는 연봉이나 월급이 아닌 '페이(보수)'를 받는다.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인 탓이다. 그마저도 막내 작가(신입 작가)의 경우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7년 전 이씨의 첫 급여는 125만 원. 과거형이 아니란 게 더 문제다. 2017년 출범한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막내작가 최저임금 주기 운동'을 벌였다. "여전히 지역사에서는 한 달 꼬박 일해도 100만 원 안팎을 받는 작가가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방송작가는 야근수당, 교통비, 식비뿐 아니라 병가나 산재 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 이 모든 게 이씨에겐 "문화 충격"이었다.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것들이 방송가의 특정 직군에게는 깡그리 무시가 되는 거예요. 그게 너무 이상했어요. 내가 몸담은 이 프로그램은 정의와 공정을 말하는데 왜 이곳에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거지, 라는 물음을 계속 곱십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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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씨는 "이 책을 통해 방송 가장자리에 방송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노동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무늬만 프리랜서'인 사람들의 존재를 많은 분들이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그 역시 피해갈 순 없었다. 2019년 당시 일하던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계약서상 계약 기간을 일주일 앞두고 담당 PD로부터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것. 전날까지도 코너 개편 회의를 한 터라 '해고'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순식간에 살이 4㎏ 빠질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그는 "살기 위해 글을 썼다." 해고가 글쓰기 동력이 됐다. "글을 10편쯤 쓰고 나니까 이제야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되게 보편적인 문제구나 하고 보였어요."

이젠 방송가 노동자들에게 당연한 권리를 찾아줄 때라고 외칠 수도 있게 됐다. "과정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시작은 어렵지 않아요. '원래'를 뒤집으면 됩니다. 방송작가는 원래 휴가가 없다는 말의 '원래'를, 프리랜서는 원래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원래'를 뒤집으면 될 일이죠. 그리고 그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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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공개된 방송작가들의 노조 활동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일하는 여자들'의 한 장면. 김한별 방송작가유니온 지부장 제공

그는 더 많은 당사자가 입을 열기를 바란다. 이씨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해결도 요원하다"며 "방송과 언론의 종사자부터 내부 문제에 눈감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방송작가들 역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이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가 MBC 방송작가 2명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이들의 노동자성을 처음 인정한 것은 방송작가들이 투쟁으로 일군 성취다. 다만 MBC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더는 참지 않는 사람들이 생긴 거고, 앞으로도 생길 거예요. 이기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싸워볼 수 있는 사실조차 몰랐던 사람들에게 일종의 각성이 될 거라고 보고요. 방송업계의 공고한 관행을 한 번에 깰 순 없겠지만 이 작은 성취는 마음에 오래 남아 먼 길을 가는 연료로 쓰일 겁니다."

권영은 기자
방송작가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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