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2 [미디어오늘] 신임 언론노조위원장 “응징만으로는 좋은 언론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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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3-29 14:34 조회32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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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 승인 2021.03.12 00:19
윤창현 신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미디어산업 재편 과정에서 언론노동자들이 갈수록 파편화되고 소외되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적극 바꿔내기 위해 전략조직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언론개혁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데에는 “응징하겠다는 것만으로 한국사회 언론생태계를 바로잡을 수 없다”며 “중요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 조합원과 시민의 관점에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1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11대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윤창현 위원장은 ‘전략조직’ ‘현장 강화’ ‘다시 저널리즘’을 세 가지 키워드로 언론노조 7대 핵심 과제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 상위 2가지 과제로 “언론정책 현안에 대한 신속 대응과 대안 제시”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전략조직 사업 전면화”를 꺼냈다.
윤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여러 언론 현안과 정책에 혼란한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언론노조가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최근 언론개혁이 나쁜 언론을 징벌하고 응징하는 방향으로 오도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개혁의 핵심은 좋은 언론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인데 관련 입법과제는 전혀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언론개혁안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강화와 신문법 내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화, 지역신문 지원제도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뉴스통신진흥회, 방송문화진흥회, KBS·EBS 등 공영언론 이사 선임이 예정된 점을 들며 “핵심은 공영방송과 공적 소유구조 아래 놓인 언론지배구조 바로잡기”라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는 입법을 올 상반기 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했다.
전대식 수석부위원장은 “지역신문 지원을 규정한 특별법이 올해 말 일몰로 폐기되고, 법이 15년 정도 운영되면서 재정지원이 200억대에서 70억원으로, 올해는 그마저 사라진 상황”이라며 “이 지원법을 일반법으로 전환하자고 말해왔고,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미디어산업 재편 속도가 빨라지고 글로벌미디어의 시장 장악력은 갈수록 증가하는 데 비해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점점 커져간다”며 “현장에서 갈수록 파편화되고 소외 받는 언론노동자 현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적극 바꿔내기 위한 전략조직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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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위원장은 전략조직실을 신설하고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의 이미지 전 지부장을 비정규직 사업 관련 특임부위원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추진 과제로는 고립되고 분산된 환경에 놓인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와 병행할 네트워크 조직을 세우고, 언론노조 산하 방송작가와 출판 등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 지원 등을 언급했다.
윤 위원장은 “당장 괄목할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도 안다. 또 여러 분회와 지·본부가 (정규직인) 조합원을 중심으로 구성되기에 미조직 노동자까지 포괄하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라며 “두 간극을 좁히고 현재의 시급한 생존권 문제로 해결하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 언론노조가 적극 연대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새 틀을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과 관련,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현재 지·본부가 관련 조합원을 끌어안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며 “미디어노동자 공제회가 현실적으로 하고자 하는 시도다. 고용이 불안정하니 수시로 일자리를 잃고 자기 경력을 증명할 증명서 하나 뗄 수도 없고, 임금 차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일상적 차별이 다층적으로 존재한다. 그런 미묘한 부분부터 폭넓게 유연하게 끌어안을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전 수석부위원장은 “모든 미디어 문제의 한 방향은 포털”이라며 포털의 지역신문 배제와 운영 투명성 관련 규제 개선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투명한 운영과 노동자 대표성 보장 등 구성 혁신과 뉴스 관련 매출 공개 요구도 향후 과제로 들었다.
이밖에도 새 집행부는 언론노조 의결 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에 기존 여성 할당제에 더해 중소사업장·비정규직·청년 대표를 배정하고 임원 선거 직선제 전환 준비 작업에 나서겠다고 했다. 또 아래로부터의 조직 강화를 위해 언론노조 산하 노동 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신규 지부나 소규모 사업장, 노조탄압이나 구조조정이 계속된 사업장의 투쟁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한편 윤 위원장은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방송 광고 결합판매 제도를 두고 “결합판매 제도는 국민의 자산인 전파에 기반한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 이행 방식의 하나”라며 “산업구조 변화 측면에서 보면 결합판매 제도를 일정 부분 개편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비춰보면 지금의 결합판매 제도 개편 논의는 위험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 목소리만 반영하는 형태로 제도 개편이 진행되는 데에 단호히 반대한다. 미디어 다양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소수노조인 KBS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국노총 산하 미디어 산별노조를 추진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언론노동운동 과정에서 가깝게는 이용마 동지의 희생을 비롯해 여러 노고와 희생이 대단히 컸다”며 “한국노총에 산별 가맹조직을 만들겠다는 게 선택의 자유일 수 있지만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현장의 목소리를 단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넘어 (언론 노동 운동이) 어떤 책무를 지니는지 (KBS 소수노조 스스로)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 정치지향으로 산별을 구성하는 것이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좋은 언론 만들기 4대 입법 투쟁 과제로 △공영방송과 언론 지배구조 관련 상반기 내 법개정 △언론 보도 피해 시민 보호와 배상 법 제정 △신문법 내 편집권 독립 관련 조항 개정 △지속 가능한 지역신문 지원제도 수립을 제시했다.